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경제학의 거장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의 전설적인 실화!
억압과 강제 규제 대신, 인간의 무의식적인 ‘사냥(?) 본능’을 살짝 건드려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만들어낸 넛지 효과(Nudge)의 탄생을 담은 블랙 코미디 교양 웹툰입니다.
공항 소장: “으아아악!! 대체 남자들은 왜 이렇게 조준을 못 하는 거야?! 하루 종일 바닥을 닦아도 10분이면 엉망이 되잖아!! 청소 인건비만 한 달에 수백만 원이 깨진다고!!”

공항 소장: “좋아! 인간은 본능적으로 혼나는 걸 싫어하지! 이렇게 대문짝만하게 경고를 붙이고 강제로 규칙을 들이밀면 쫄아서 제대로 조준하겠지!”

일반 시민 (속마음): “어휴, 피곤해… 화장실에서까지 저런 딱딱한 잔소리를 읽어야 돼? 내 알 바 아니지~ (멍~)”

탈러 교수: “소장님, 인간을 너무 합리적인 계산 기계로 착각하셨군요. 인간은 잔소리 듣기 싫어하는 청개구리 뇌를 가졌습니다. 억지로 금지하지 않고 ‘마법’을 부려보죠.”

공항 소장: “예? 아니, 세계적인 경제학자라면서요! 고작 장난감 파리 스티커 하나를 변기에 붙여놓고 뭐 어쩌자는 겁니까?! 남자들이 똥파리 보고 도망갈 일 있습니까?!”

일반 시민 (속마음): “(번뜩!) 목표물 발견… 저 거슬리는 파리 녀석… 내가 완벽하게 명중시켜서 격추시켜 주마!! 타깃 록온 완료!! 발사!!!”

공항 소장: “말도 안 돼!! 강제로 경고문을 붙여도 안 되던 게, 파리 스티커 하나에 밖으로 튀는 소변 양이 80%나 줄어들었어!! 청소비가 반의반 토막이 났다고!!”

탈러 교수: “이것이 바로 제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이론, ‘넛지(Nudge)’입니다. 사람들에게 억지로 ‘이렇게 해!’라고 강요하거나 화를 내는 대신, 부드러운 개입으로 행동을 긍정적으로 바꿔놓는 마법이죠.”

탈러 교수: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목표물’이 주어지면 그것을 맞추고 싶어 하는 유치한 사냥 본능이 있습니다. 그 무의식을 살짝 건드려, ‘놀이’처럼 스스로 정중앙을 맞추게 유도한 것뿐입니다.”

탈러 교수: “자본주의 사회에서 강압적인 제도는 결국 꼼수와 반발을 낳습니다. 진정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인간이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엉뚱한 동물인지부터 인정하고 그들의 옆구리를 슬쩍 찔러보십시오.”

남자들의 ’스나이퍼 본능’을 깨우다 — 리처드 탈러와 넛지(Nudge)
때는 1990년대 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Schiphol) 공항. 관리자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다름 아닌 남자 화장실이었습니다. 소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 때문에 바닥은 늘 젖어 있었고, 청소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죠.
보통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할까요?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같은 경고문? 벌금? 바쁘고 피곤한 여행객에게 그런 잔소리는 통하지 않습니다.
이때 청소 부서장 요스 반 베다프가 군대 시절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소변기 안에 점 하나만 찍어 놓으면 병사들이 그걸 ’조준’한다는 것. 공항은 점 대신 소변기 안쪽, 가장 안 튀는 자리에 파리 한 마리를 새겨 넣었습니다. 왜 하필 파리였을까요? 담당자 아트 키붐의 말이 걸작입니다. “파리는 사람들이 가장 오줌을 누고 싶어 하는 동물이거든요.” 더러워서 맞추고 싶지만, 도망칠 만큼 징그럽진 않은 딱 그 정도의 표적이었죠.
결과는? 누구도 “파리를 맞추세요”라고 시키지 않았는데, 남자들은 변기 앞에 서는 순간 무의식 속에 잠들어 있던 ‘사냥 본능’, ’스나이퍼 본능’이 깨어나 말없이 정조준(?)을 시작했습니다. 바닥으로 튀는 양은 약 80% 감소, 청소비는 8% 절감. 파리 한 마리 값으로요.
억지로 끌고 가지 마라 — 넛지란?
이 파리 사건을 세계적인 경제 이론으로 끌어올린 사람이 리처드 탈러입니다. 그는 2008년 『넛지(Nudge)』에서 이 파리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넛지의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넛지는 ’팔꿈치로 옆구리를 슬쩍 찌르다’라는 뜻입니다. 어미 코끼리가 아기 코끼리를 코로 슬쩍 밀어 방향을 잡아주는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멱살을 잡고 끌고 가지 않죠. 경제학에서 넛지란 “이거 해! 저거 하지 마!”라고 강요하거나 벌금을 매기는 대신, 사람들이 스스로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상황을 살짝 디자인해 주는 ’부드러운 개입’입니다.
쓰레기 무단 투기에 벌금 10만 원을 걸면 반발심만 생기고 몰래 버립니다. 그런데 쓰레기통을 농구 골대 모양으로 만들면 사람들은 덩크슛을 하듯 재미로 던져 넣습니다. 인간에게는 지시받으면 하기 싫어지는 ’청개구리 심보’가 있으니까요. 탈러의 좌우명은 딱 한 줄입니다. “사람들이 뭔가를 하게 만들고 싶다면, 그걸 쉽게 만들어라.”
넛지는 진짜 돈이 됐습니다. 영국 국세청이 독촉장에 “당신 동네 사람 10명 중 9명은 세금을 제때 냅니다”라는 한 문장을 넣자 납부율이 최대 15%포인트 뛰었고, 퇴직연금을 ’신청 가입’에서 ’자동 가입’으로 기본값만 바꾸자 가입률이 49%에서 86%로 올랐습니다.
‘괴짜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는 누구인가?
1945년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난 탈러는 지도교수가 훗날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학생”이라고 회고할 만큼 평범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오랫동안 주류 경제학계의 ’이단아’였죠.
전통 경제학은 이렇게 믿었습니다. “인간은 컴퓨터처럼 늘 합리적으로 계산해 완벽한 선택만 한다(호모 이코노미쿠스).” 탈러는 코웃음을 쳤습니다. 헬스장 1년 치를 끊어놓고 밤 12시에 치킨을 시키고, ‘마감 임박’ 자막에 충동구매를 하고, 화장실에 파리가 있으면 굳이 맞추고 싶어 하는 게 진짜 인간이라고요. 그는 ‘사람들이 교과서와 다르게 행동하는 사례’를 노트에 적는 괴짜였고, 동료들은 웃었지만 그 목록은 훗날 ’부존 효과’, ‘심적 회계’ 같은 이론이 되어 교과서에 실렸습니다. 인간은 호머 심슨처럼 유혹에 약하고 가끔 바보 같은 선택을 하는 존재라는 걸 쿨하게 인정하고, 바로 그 비합리성을 이용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죠.
재미있는 사실 하나 더. 그는 2008년 금융위기를 다룬 영화 <빅쇼트(2015)>에 본인 역으로 출연해 팝스타 셀레나 고메즈 옆에서 카지노 테이블에 앉아 사람들의 비이성적인 도박 심리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을 때, 상금을 어떻게 쓸 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최대한 비합리적으로 쓰겠습니다.” 평생 인간의 비합리성을 연구한 학자다운 한 방이었죠.
마무리 — 잔소리 대신 파리 한 마리
강요하면 튕겨 나가지만, 슬쩍 찌르면 나도 모르게 움직이는 것이 사람입니다. 탈러가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강압적인 통제가 아니라,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와 유쾌한 아이디어”라는 사실입니다.
누군가의 행동을(혹은 내 행동을) 바꾸고 싶어 스트레스받고 계신가요? 야식을 끊고 싶다면 과자를 안 보이는 곳에, 저축을 하고 싶다면 월급날 자동이체를.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먼저 ’파리 한 마리’를 그려보는 건 어떨까요?


